[바로 보는 그알 후기] 1443회 갇혔거나, 가뒀거나 - 어느 캥거루족 이야기
오늘은 이번 주 5월 17일에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 1443회 '갇혔거나, 가뒀거나 - 어느 캥거루족 이야기' 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평소 그알에서 방영한 강력 사건 위주로 포스팅해 왔는데, 오늘은 좀 다른 시선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소위 '은둔형 외톨이' 내용에 대해 다뤄 보고자 합니다.
지난 방송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급증하고 있는 '캥거루족'(성인이 된 후에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과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현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뤘습니다. 2024년 2월 기준, 20~39세 '그냥 쉬었음' 청년이 77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발표되었는데 이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최근 이와 비슷한 사회 문제를 다룬 또 다른 방송이 있습니다. KBS <추적 60분> '그렇게 20년이 지났다 - 은둔 중년' 방송에서는 대한민국 청년 100명 중 5명이 고립 및 은둔 상태에 있다는 통계를 보여주며 이들은 방안에 머물며 오랜 기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진단하였습니다. 은둔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좌절과 불안이 마음속에 무겁게 자리 잡고 있으며 이들이 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는지, 은둔의 내면과 가족의 고통, 사회적 구조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년이었던 사람들이 장기간 은둔 상태로 방치되고 그 시간이 점점 길어지게 됨에 따라 어느새 중년이 된 '은둔 중년' 역시 급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고령의 부모가 자식의 은둔 문제를 상담하는 빈도가 크게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청년의 고립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지원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은둔 중년 문제는 이들에 대한 실태 파악도 안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지원 제도도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청년과 중년의 은둔 문제로 인해 가족이 겪는 비극과 갈등, 그리고 이들이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해법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 사례 : 가족 내 갈등과 비극
평범한 회사원 이윤철(가명)씨가 SNS에서 자신을 살해하겠다는 예고글을 발견하였다.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으며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 글을 쓴 사람이 다름 아닌 자신의 친동생인 이찬영(가명) 임을 알게 된다. 이찬영은 고교 졸업 후 별다른 직업 없이 10년 넘게 어머니와 함께 지내온 전형적인 은둔형 청년이었다. 형은 동생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동생은 점점 더 방안에만 머물렀고, 결국 분노와 절망이 극단으로 치닫게 돼 망치와 칼을 준비하고 엉뚱하게도 자신의 친형을 살해할 계획까지 세운 것이다.
이후 형의 선처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동생은 운동하며 살을 빼기도 하는 등 예전과 달리 개선되는 듯 보였으나 다시 연락이 두절되고,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며 가족을 여전히 불안하게 만들었다. 방송에서는 이 과정에서 이윤철 씨와 그의 어머니 간의 오랜 갈등, 어머니의 복잡한 심리상태(장남과 막내아들 사이에서 고민) 그리고 가족 모두가 겪는 어려움들을 보여주며, 이러한 문제가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만만찮은 일임을 보여준다. 가족 중 은둔형 외톨이가 생길 경우 가족 전체가 모두 불행해지며, 해결책 마련도 쉽지 않다는 점을 보며 참으로 답답하고 막막해 보였다.
다양한 은둔 청년과 가족의 목소리
방송에서는 앞서 이윤철 씨 사례 외에도, 오랜 기간 은둔 생활을 이어가는 청년과 가족들의 제보가 빗발쳤다. 또 다른 사례로 한 여성 제보자는 10년째 방에서 나오지 않는 동생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고 제보를 하는 일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나왔다. 가족들은 "동생이 혼자 있으면 죽을 것 같고, 보복도 두렵다."라고 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매우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가족들이 동정과 두려움, 연민과 불안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오랜 기간 반복된 갈등이 심리적 고갈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은둔 청년의 심리와 사회적 시선
방송은 은둔 청년들이 스스로를 가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실패, 반복된 좌절, 취업난, 대인관계 트라우마,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복합적 원인으로 인해 점점 더 사회로 나오지 못하고 방 안에 자신을 가두게 되는 것임을 보여 주고자 한다. 은둔 청년들은 "일하지 않고 쉬는 데 이유가 있다. 기생충으로 낙인찍혔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하였는데 고립과 은둔은 스스로 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사회적 낙인과 가족의 압박, 제도적 지원의 부재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은둔 청년이 입시나 취업 등에서 실패를 겪게 되면 특정인이 아닌 일반적으로 누구나 은둔 상황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족과 당사자 모두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현실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일본의 사례와 사회적 시사점
방송은 일본의 '8050 문제(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부양)처럼, 은둔 청년 문제가 가족 전체의 문제로 번지고 있어 매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은둔형 외톨이의 고령화와 가족 내 갈등, 극단적 사건이 빈번해지고 있고 한국도 유사한 길을 걷을 가능성이 높음을 경고한다. 일본의 히키코모리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사회 부적응을 넘어, 가족과 사회, 국가 차원의 복합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극단적 범죄는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키며, 히키코모리 전체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심화시키긴 하지만 대부분의 히키코모리는 범죄와 무관하며, 사회적 지원과 이해, 체계적 복귀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본의 히키코모리 대표 범죄사례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가와사키 등굣길 흉기난동 사건(2019) : 2019년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서 51세 남성이 등교 중인 초등학생과 보호자를 흉기로 무차별 공격해 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친 사건이다. 범인은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는 장기간 사회와 단절된 '히키코모리' 성향의 인물로,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확대자살' 유형의 범죄로 해석했다. 범인의 방에서는 대량 살인을 다룬 잡지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 도쿄 하치오지 무차별 살인사건(2008) : 도쿄 하치오지시의 한 서점에서 33세 남성이 식칼로 2명이 여성을 공격,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범인은 가족관계 불만, 회사 적응 실패, 부모와의 소통 단절 등 히키코모리 생활에서 비롯된 심리적 불만이 폭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알려진다.
- 이바라키현 전쳘역 무차별 살인사건(2008) : 이바라키현에서 25세 남성이 전철역에서 행인 8명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용의자는 무직 상태였으며, "많은 사람을 죽이면 사형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누구라도 상관없이 죽이고 싶었다."는 진술을 남겼다. 그는 게임 오타쿠로 히키코모리 성향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적 60분> "은둔 중년" 방송 요약
대표 사례로 소개된 박오현(가명) 씨는 20년째 은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밝고 활발했던 그는 반복된 수험 실패와 사회 진입 실패로 인해 자신감을 잃었고, 결국 가족과의 소통마저 단절되었다. 부모님이 집에 있을 때는 방에서 자는 척을 하며, 가족들이 모두 나가야만 거실에 나와 TV를 본다. 오랜 자책과 무기력, 약에 의존하는 일상, 창밖을 바라보며 '나가야겠다' 다짐하지만 결국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된다.
이런 은둔이 장기화되면서 '중년 은둔자'가 늘고 있다. 부모들은 "내 자식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막막함과 두려움을 토로한다. 부모가 사망하거나 부재할 경우, 남겨진 은둔 자녀의 생계와 안전에 대한 걱정이 크다. 전문가들은 가족의 도움 없이 은둔하는 자를 몰아세우거나 강제로 내쫓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경고한다. 심리적 회복과 사회적 이해,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은둔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구조적인 문제임을 강조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삶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공감과 지원임을 역설했다.
한국은 고립과 은둔이 심각해질 수 있는 최적의 나라라고 지적한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정형화된 삶의 시간표, 끊임없는 능력주의 압박이 은둔 문제를 심화시킨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흘러간 시간이 많아질수록, 뒤늦게 '평범'에 도달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은둔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대해 마음으로 공감하고 그들을 기다려 주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임을 강조한다.